아트사이드 템포러리는 수치화된 시간의 틀을 깨고 감각의 좌표로 계절을 재해석한 지선경 개인전 《나이없는 계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독일에서 시작된 작가의 10년 작업 궤적을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비동시적 공간’을 물질화된 추상으로 구현한 자리다.
전시 제목 《나이없는 계절》은 시간이 나이처럼 쌓여 소멸로 향한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질문을 던진다. 작가에게 계절은 지나가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공기의 두께, 빛의 굴절, 도시의 표면 등 미세한 징후들로 감각되는 ‘물질’이다.
일반적인 추상이 대상을 지워나가는 ‘소거’라면, 지선경의 추상은 보이지 않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고정하는 ‘구축’의 과정이다. 작가는 찰나의 현상을 견고한 조형 언어로 치환하며, 관람객이 그 시간의 구조 안에서 자신의 감각을 재배열하도록 유도한다.
지선경의 작업은 마치 지도 위에 위도와 경도를 찍듯, 흐르는 시간 위에 감각의 좌표를 새기는 행위와 같다. 작가는 이를 ‘잔여적 추상’이라 정의한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이어지는 피라칸사스 열매는 마치 헨젤과 그레텔의 빵 부스러기처럼, 작가가 통과해온 삶의 사건들을 회화의 표면 위에서 잇는 시간의 길이 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시간의 흐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작가가 정교하게 구축한 시간의 층위 속으로 침잠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참여작가: 지선경
출처: 아트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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