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꿈의 시작이다.
우리는 건축 속에서 세계를 경험하며, 사유하고, 상상한다. 그러나 오늘날 건축과 인간의 감각-움직임-관계는 이미지와 수치로 환원되며, 이는 곧 공간의 사회적 구조를 결정한다. 세계는 한층 정교해진 듯 보이지만, 그 속의 감각과 사유는 점차 탈색된다. 현실은 개인의 가장 순수한 꿈을 논리 속에 가둔다.
“우리는 어떤 꿈을 다시 꾸어야 하는가?”
질문에 대한 답은 가장 작은 단위의 건축에서부터 시작한다. 손이 닿고 몸이 머무르며 시간이 스며든 가구는 삶의 흔적이자 아주 가까운 건축이다. 흩어져 있던 이 흔적들을 머묾과 떠남이 공존하던 여관에 모은다.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은 무엇이었는지, 그 감각 위에 어떤 공간을 다시 쌓을 수 있는지. 이 장면을 바라보며 잠시 머무른다. 이곳에서 우리의 삶, 건축은 우연히 마주친 나그네의 꿈-무의식-과 겹쳐지며 새로운 현실, 혹은 초현실을 마주한다.
“새로운 현실, 초현실 속에서 건축은 무엇을 지어야 하는가?”
이미지는 건축을 파편화된 형태로 보여준다. 그것은 재구성된 건축의 모습이자, 감각이 탈색된 경험이다. 나그네는 이곳에서, 파편적 건축 경험과 실물 건축 경험 사이의 미세한 틈을 발견한다. 그것은 오류이자 가능성이다. 이 틈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건축을 존재로 바라본다. 인간에게서 벗어난 건축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상상할 때, 비로소 공간은 기억과 감각에 스스로 반응한다.
이제, 보안여관은 꿈을 꾸는 장소로서 다시 깨어난다. 이곳에 들어선 나그네는 무한한 상상의 백일몽과 막연한 두려움의 악몽 사이를 넘나들며 유영한다. 백일몽과 악몽은 하나의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며, 그의 발길을 붙든다.
오래된 여관에 모인 젊은 건축학도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현실-꿈-초현실, 존재와 공간에 대한 사유. 건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상상과 자유가 잠시 이곳에 머무를 뿐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건축이 아니다.
주최: 아키텐
총괄: 채정한, 이현진
기획: 이다현, 이하람
디자인: 이지윤
운영 홍보: 이종제, 조수완
대외 협력: 변준영, 성연진
설치 지원: 박준영
사진: 이현진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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